때는 2020년 1월이었고 나는 대학교 2학년 겨울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.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react native를 가지고 뭔가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.
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react native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고 사용해본 적은 없다. 앱을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에 최대한 빠르게 만들기 위한 선택지였다. 그런데 뭔가 마음대로 안된 모양이다. 나는 수 시간의 구글링으로도 도저히 해결하지 못하고 끙끙대다 stackoverflow에 역사적인 첫 질문 글을 올리게 됐다.
결과는 down vote만 5개 쌓인 나쁜 질문글을 남기고 말았다.
- 이해하기 어렵고
- 재현할 수 없으며
- 의도가 불분명한
글을 남긴 대가였다. 당시에는 실시간으로 쌓이는 마이너스가 큰 충격이었고 감수성 풍부한 대학교 2학년생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. 지금까지 stackoverflow에 쓰인 좋은 질문글을 조회하는 것 말고 선뜻 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는 이 경험의 탓도 있다고 봐야겠다. "이 사이트는 정말 양질의 질문 / 답변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구나!" 라고 결론내린 후, stackoverflow에서 활동하거나, 기여하는데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.
그러다 최근 불현듯, 뭔가에 홀린 듯이 이 커뮤니티에 기여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. 하루 중 빠지지 않고 한 번은 방문하게 되는 몇 안되는 사이트 중 하나인데, 나날이 쌓이는 이 양질의 정보를 받고만 있지 한 번도 누군가에게 줘본 적은 없었다. 그리고 이 활동이 꽤 숭고한 일처럼 느껴졌다. 그 어떤 산업 분야에서 순수한 지식 공유를 위한 커뮤니티가 전세계적으로, 아무런 금전적 이득도 없는 채 자발적으로 이루어 질까?
그리고는 내가 답변할 수 있는 수준의 질문 글에 성심성의껏 답변을 남기고 있다. 내가 답변을 작성할 때 유념하는 것은 첫 질문을 올리던 20년 1월을 기억하며 글 전반적으로 최대한 상냥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. 그리고 오늘 드디어 역사적인 100점의 reputation을 달성했다. 미약한 시작이지만 나에게는 뜻깊었다.
답변을 남기며 느낀 점이 있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.
- 좋은 질문이 좋은 답변을 낳는다.
- 양질의 답변이 작성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서 양질의 질문 글이 존재해야 한다.
- 즉, 답변을 잘 하는 것도 기술이지만 질문을 잘 하는 기술도 필요하다는 점. 우리는 항상 질문자이면서 동시에 답변자로도 존재할 수 있으니깐
- 사람들이 실수하거나, 모르는 부분은 대체로 비슷하다.
- 많은 사람들이 감각적, 직관적으로 "왜 안되지?" 생각이 드는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. react를 예를 들면 useEffect에서 stale closure 문제 질문이 엄청 많이 올라온다. 이런 포인트들을 잘 알아두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.
- 지식을 아는 것 보다 질문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.
- MBTI 질문지같은 문장이다. 늘 그렇듯이 소통은 어렵다. 특히 내 모국어가 아닐때는 더. 대충 읽고 답변을 작성하다 다른 내용의 질문이란걸 깨달았던 적이 종종 있었다. 답변 작성에 앞서서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.
- 지식 공유는 즐거워
- down vote가 가슴을 찌르는 것과는 반대로 upvote는 원동력이 된다. 내가 아는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생각보다 꽤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. 내 지식들이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즐겁다.
앞으로도 최대한 친절하게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답변을 달아볼 생각이다. 내가 남긴 답변으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또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선순환이 됐으면 좋겠다. 마지막으로 저의 프로필 링크를 남깁니다.
+) 처음으로 작성했던 그 질문은 앞으로 반면교사로 삼도록 계속 남겨둘 생각이다. 또한 초심을 잃지 않도록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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